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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과 아카이빙

연대 성명문/ 교지 편집위원회 XX 자치회비 강제 삭감 조치에 대한 성명문

by kimyeah 2024. 9. 22.

타학교 교지에서 연대 성명문을 작성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내가 몸담고 있는 교지 단체 이름으로 작성하였다.

 

이 글의 포인트는 맨 마지막 문장이다.(ㅋㅋ)

"지금은 다른 대학교이지만, 서로의 대학교를 떠나고 '사회'에서 좋은 민주 시민 동료로 만날 수 있길 고대합니다"

 

 


 

학내 언론은 지역 언론으로도 불립니다. 유튜브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역 언론은 캠퍼스 부근을 살피고, 필요한 이야기를 길러내어, 지면으로 담아냅니다. 우리 모두가 거대 담론 속에 허우적거릴 동안, 학내 자치 언론은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 위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학생 사회와 대학 언론은 항상 어렵습니다. 그것이 정말 학생들이 책을 안 읽어서만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에 서울시립대 교지58(2020)에서 이김건우 편집장은 디지털 퍼스트인 이 시점에 학내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짚어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 유저가 적절한 타이밍에 글을 쓰고 생각이 비슷한 다른 유저들이 여기에 가세한다. 공감수와 댓글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생각처럼 포장되어 다른 이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이 구조에서 설득은 없다. ‘총공화력지원만이 있다. (중략) 결국 유의미한 쌍방향 소통은 점점 사라진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20대는 인터넷에서 설득은 거의 불가능하며 인터넷 여론은 결국 머릿수의 싸움임을 금방 알아채버린다(7p)”

 

자치회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 속에서 어느 학생 정치단체든지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학생들이 자치회비를 낼 수 있도록 그 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학생회 구성원들의 마음은 백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정치의 과정이 설득이 아닌 총공의 형태는 아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총학생회 측에서 교지 편집위원회가 학내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면, 단순히 자치회비 삭감 통보가 아닌 학내언론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지 물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다른 대학교의 자치언론 교지와 학보사를 살피거나 혹은 과거 교지 러비가 어떤 글을 써왔는지 찬찬히 읽어보며, 어떤 형태로든지의 건강한 꾸짖음이 서로 간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학내 TFT팀 혹은 공청회의 형태가 될 수도, 혹은 공문서의 형태로 교지 러비를 비판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 통보를 통해 정치소통의 과정을 생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학생 사회 이해관계자들이 둥글게 모여 그 난감함을 공유하고, 해결해 나가는 정치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학생 사회의 위기라는 언설 속에서, 모두 학생 사회를 위해 부단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정을 담당해 주시는 학생회와 교지 러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삭제와 배제가 아닌 소통과 공존의 학생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시다. 지금은 다른 대학교이지만, 대학교를 떠나고 사회에서 좋은 민주 시민 동료로 만날 수 있길 고대합니다.

 

202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