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263명이 있는 학과 단톡방에 개인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올리는 일은
참 쪽팔리고 부끄럽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학과 단톡방에 회장과 부회장을 통해 공지되는 것은 대부분 단체가 보낸 게시물이다.
학과, 총학, 단과대, 학교 및 단과대의 이름을 건 '공식'격의 동아리, 등등..
이 곳에서 개인의 이름을 걸고 "사람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 정말정말 쪽팔리다.
하지만 우째!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게 여기 밖에 없는 걸..
오프라인인 물리적인 공간을 활용한 홍보는 긴 시간을 두고 하는게 좋을듯..
초대글 초안을 교지 친구들에게 보내 잔뜩 피드백을 받았다
1)너무 길다
2)무슨 책을 읽고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3)컨셉이 애매모호하다
등등등...
음하하
참으로 날카로운 친구들 덕분에 그냥 초딩 선생님이 수업 목표 설명하듯이 명시적으로 "어떤 책을 읽나요?","왜 독서모임을 열었나요?"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음하하! 자발적인 독서모임!!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참 힘들다..;;권위에 기대고만 싶어지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독서모임은 또 하나의 실험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대학생활은 항상 이미 만들어져 있는 단체에 들어가
그 단체와 관련되어서만 이야기를 나눈다(=회의를 한다).물론 이것도 잘 찾으면 너무 좋다지만, 일하느라 친해지거나 마음 편히 '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그리고 그 외의 장소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흘려버려진다.
내가 하고 싶은 실험은 이거다.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 어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대학에서 어떻게 더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맺기가 가능한지, 과거 연세대학교 선배들의 수다를 읽어보며 도란도란 얘기 나눠봐요
완성본은 다음과 같다.
기획안 자세히 보기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UKSytbzbjF6zDopKTmCQGEEqSxnxRnjYUBGUKckAMG0/edit?usp=sharing
-어떤 책을 읽나요?
대학에서 무수한 사회과학 이론을 읽기 전에, 여태껏의 겉도는 글과 헛도는 삶을 멈추고 성찰적인 글 읽기와 삶 읽기를 하자고 말하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조한혜정 선생님의 책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1992)>을 시작으로, 04년도, 09년도, 11년도에 열린 수업에서 과거 선배들의 쪽글과 그 쪽글을 읽은 또 다른 학우들의 후기 그리고 그들을 관찰한 교수자의 관찰지 등, 그 시절 수업 현장이 여실히 담긴 책을 중심으로 읽고자 합니다.
-왜 독서모임을 열었나요?
이 독서모임은 일종의 역사책 읽기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대학이라는 같은 장소를 공유했던 선주민의 ‘떠들기’와 현재 우리의 ‘엿듣기’의 과정입니다. 학교 안에서 같은 의제를 두고 열심히 수다를 떨 소구점이 많이 사라졌다고도 느껴집니다. 과행사,수업팀플,동아리 등등.. 말고 어디서 만나서 -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때로는 되게 되게 막막한데요. 그 시절 대학에서 일어난 대화의 기록들을 읽고, 그 시절 대학교의 학습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보고자 합니다. 그때의 기록들을 함께 읽어보면서 같은 백양로에서 다른 고민으로 머리를 채웠던 사람들을 만나보며 우리의 고민과 우울을 시공간적으로 거리를 두며 다시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또 지금 여기 서있는 우리는 어떤 다양한 수다가 가능할까요?
-진행방식
횟수: 8번의 만남
인원: 9명 내외
장소: 연세대학교 연희관 자치도서관 대관 (예정)
시간: 격주에 한번씩 진행. 화 저녁 3시간.
대상: 학과/학번 제한X. 학교 자치단체 활동을 진심을 다하면서 소진된 사람, 어디 붕뜬 상태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요상한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들, 문화인류학 공부는 먼가 재밌는데 어떻게 써먹어야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와도 답은 없을 수도 있어요ㅎㅋㅎ) 등등 웰컴. 다만 책을 읽고 본인의 삶을 호들갑 떨지 않고 꺼내어놓을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히 듣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말하고-듣기가 가능한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혜택: 깔깔친구, 맛난 간식, 책
신청 및 상담문의: 010-4----
일정: 9/2까지 연락주세요. 오티 일정은 인원 모이는거 보고 유동적으로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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